1줄서평: 자극적인 소재를 세련된 문체로 말하다.
글자마다 고민이 느껴진다. 당시 손목 통증으로 한 글자 타이핑하기가 어려웠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 타이핑이 힘들어 고통스러워 하는 작가의 모습보다는 어린아이 달래듯 정성스럽게 글자를 고민하고 치는 모습이 떠올랐다.
자극적인 소재들의 연속이지만 작가의 고민에서 나온 세련된 문체에 가려 예술적인 느낌마저 준다. 영혜라는 인물이 꿈을 통해 인간의 잔혹성과 육식에 대한 염증을 느끼고 채식을 시작하면서 남편과 가족들간의 갈등은 시작된다.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와 그녀를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은 처가식구들에게 아내의 이상증세를 알렸고 그녀의 불같은 성격의 아버지는 가족모임 자리에서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그 사건 이후 영혜는 점점 내면세계로 빠지고 채식을 하는 것을 넘어 식물이 되고자한다. 그런 영혜에게서 비디오 아티스트인 형부는 예술적 영감을 얻고 그녀와 비정상적인 행위를 통해 예술을 표현한다. 그의 행동은 가정을 깨뜨렸고 영혜의 언니는 그녀를 정신병원으로 보내게 된다. 어떠한 기준이 인간의 비정상을 가려내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때즈음 언제나 참을성 많은 언니의 내면이 비춰지고 자신 및 영혜에 대한 판단이 옳은 것인가에 대하여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본다. 서로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틀린 것으로 단정지어 비정상임을 낙인찍은 것에 대한 후회의 울분이 영혜의 피를 통해 분출된다. 식사마저 거부하고 식물이 되고자하는 영혜와 생명유지를 위해 음식을 억지로 주입하는 병원 사람들의 간극은 서로 당연한 행위를 하는것처럼 결코 좁아지질 않을 것 같았다.
가치관에 의해 생명을 포기하는 행위까지도 존중을 해줘야하는가에 대해서 나로써는 판단하기 어렵다. 생명의 존엄성과는 다른문제이다. 자극적인 소재를 담담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읽을 수 있어 책을 읽는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많은 사람이 이 책에 대해 무엇을 느꼈고 어디에 초점을 맞춰 생각했는지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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